아픈 날 나를 도와준 친구 수현의 따뜻한 배려를 통해, 나는 진정한 우정이란 함께 웃는 것뿐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곁을 지켜주는 용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의 경험은 우정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준 소중한 순간이었다.
나는 평소 ‘친구’라는 단어를 그저 함께 웃고 떠들며 놀 수 있는 존재로만 생각했다. 쉬는 시간에 같이 수다 떨고, 급식 줄을 서며 게임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사소한 장난을 치며 웃는 것이 친구 사이의 전부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가을, 내가 직접 겪은 하루는 ‘우정’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있었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그래도 별일 아니겠지 싶어 학교에 갔지만, 수업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국어 시간에는 눈꺼풀이 자꾸 내려와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고, 체육 시간에는 숨이 가빠졌다. 결국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식판을 들 힘조차 없어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은 바로 내 친구 수현이었다. 평소에도 조용하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였지만, 그날은 특히 다르게 느껴졌다.
수현이는 내게 다가와 “괜찮아? 얼굴이 너무 안 좋아.”라고 말하며 급식실에서 내 식판까지 받아다 주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괜찮아. 나중에 먹을게.”라고 했지만, 수현이는 “이럴 땐 조금이라도 먹어야 힘이 나. 내가 반찬 골라줄게.”라며 웃으며 자리에 앉혔다.
따뜻한 국 한 숟갈이 목을 넘어갈 때, 나는 몸보다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날의 진짜 사건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5교시가 끝나고 복도로 나가는 순간, 나는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내 팔을 잡아주는 듯했지만 곧 바닥에 쓰러졌고, 주위가 캄캄해졌다.

눈을 떴을 때는 양호실 침대 위였고, 곁에는 수현이가 앉아 있었다. 선생님께 들으니, 내가 쓰러지자 수현이가 놀라서 바로 선생님을 부르러 뛰어갔고, 업다시피 해서 날 양호실까지 데려왔다고 했다.
나는 수현이에게 “고마워”라고 말했지만, 수현이는 “친구잖아. 당연한 걸 뭘 고마워해.”라며 웃었다.
그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뭉클하게 올라왔다. 내가 쓰러진 그 순간, 당황하지 않고 나를 도운 친구, 따뜻한 말 한마디로 나를 안심시켜 준 친구. 그게 진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단순히 함께 놀고 웃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우정은 서로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필요할 때 기꺼이 손을 내미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누군가 힘들어 보여도 ‘괜히 간섭하는 걸까?’ 하고 망설였지만, 이젠 먼저 다가가 “무슨 일 있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그게 작은 관심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수현이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우정이란 무조건 즐겁고 행복한 순간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프고, 슬프고, 힘든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친구이고, 그런 우정을 나도 만들고 싶어졌다.
이후에도 수현이와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시험 기간엔 서로의 노트를 빌려주며 공부를 도왔고, 소소한 다툼이 있을 때도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며 풀어갔다.
가끔은 의견이 달라서 잠시 서먹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우정은 더 단단해졌다.
한 번은 반 친구 중 한 명이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외면하고 있었지만 수현이는 조용히 그 친구 옆에 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어 옆자리에 함께 앉았다. 우리 둘의 행동을 시작으로 몇몇 친구들이 조금씩 그 친구에게 다가갔고, 분위기는 서서히 바뀌었다.
그때 나는 **‘우정의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다시금 실감했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일을 떠올린다.
감기 기운에 힘들어하다가 쓰러졌던 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나를 지켜준 날, 그리고 우정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꼈던 날. 그 하루는 내 삶에서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기준이 되었다.
‘우정’은 한 번의 친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서로를 살피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만들어가는 관계다.
때론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그런 우정을 지켜가고 싶다. 누군가에게 내가 수현이처럼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그날을 떠올린다.
쓰러졌던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수현이의 얼굴, 조용히 식판을 챙겨주던 손길, 그리고 “친구니까”라는 짧지만 깊은 말.
그 모든 것이 지금도 내 가슴 속에서 따뜻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날, 나는 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배웠고, 그 배움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하루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그리고 우정의 참된 의미를 느낀 날이었다고.